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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학8

Scholars Walk 2019년 4월 27일 그러니까 가장 힘든 건, 시간은 흘러가는데 나는 멈춰있는 것 같은 그 느낌이었다.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를 마쳐도 여전히 수업을 듣고 해야 할 것들을 하고 있을 뿐, 이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어디로라도 가고 있기는 한 건지, 늘 마음 한 켠이 답답했다. 이번 컨퍼런스의 가장 큰 수확은, 나보다 한 두 걸음 먼저 걸어가고 있는 동학들로부터 참 많이 격려받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이 3-6년 차, 학위논문의 한, 두 챕터를 발표하는 식이었다. 2년 차라 내공이 많이 부족한 데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들고 온 나로서는, 연차의 갭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친해진 다른 발표자에게 1년 차이가 진짜 큰 것 같다고 말했더니, 자기는 5년 차라며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아래 기수들이 들어.. 2021. 1. 11.
가장 아쉬운 일 2018년 12월 31일 2018년 마지막 꿈. 꿈 속 상황은 꿈답게 초현실적이었지만,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그 장례식장에 찾아가서 엉엉 우는 꿈을 꿨다. 그러고 싶었다. 언젠가는 돌아가실 줄을 알았지만 그 순간도 함께이고 싶었다. 너무너무 사랑하는 우리 외할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에 있어드리지 못한 게 올 한 해 가장 아쉽고 속상한, 사실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 못 할 만큼 참담한 일이었다. 다가오는 학기가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 텅 빈 할아버지 방에서, 할어버지 산소에서 엉엉 울고나면 조금은 해소될 감정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감사한 것은 "나에게 '시간'이 없다"는 진리 하나 가슴판에 아프게 새겨졌다는 사실. 내가 쓸 수 있는 자원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사실은 내 컨트롤 밖에 있는, 하나님께서 .. 2021. 1. 10.
주시면 주시는 대로 2018년 10월 9일 장학금 타면 어떻게 어떻게 써야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고 잔뜩 들떠있었는데, 시상식 가는 날 비행기가 몇 분 씩 미뤄지고 미뤄져 2시간 반이나 지연되었다. 그 기다림의 시간동안 참 많이도 낮추셨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갈 수도 없는 자리구나. 당장 몇 분 뒤에 비행기가 얼마나 지연될지도 모른 채 살아가면서 내 맘대로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며 오만하게 살았구나. 우여곡절 끝에 시상식에 도착했는데 또 한 번 낮추셨다. 1등으로 수상하게 되었다고 해서 금액도 가장 많을 줄 알았는데, 다른 수상자들과 동일했다. 주시면 주시는 대로, 거두어가시면 거두어 가시는 대로 사는 삶이구나. 늘 가장 선하게, 가장 정확하게, 가장 확실하게 필요를 채우시는 하나님인 줄, 다시 한 번 믿으며... 2021. 1. 10.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2018년 8월 8일 미국 온 지 딱 1년째 되는 날. 학부 졸업 예배 때 받은 글귀를 이제야 액자 사서 걸어둔다. 나 염려하잖아도 내 쓸 것 아신다는 진리가 지난 1년간 나를 자유케 했다. 때마다 시마다 도우시는 그 손길이 얼마나 섬세하신지. 이사갈 집 찾고 있을 때 과 친구가 하우스메이트 제안해주고, 침대랑 책상은 어디서 사지 고민하고 있을때 교회 집사님께서 나눔하시는 분 소개해주시고. 그 가구는 또 어떻게 옮길지 생각하기도 전에 트럭 모는 미국교회 친구한테서 기도제목 나눠달라는 연락을 받고. 생각보다 너무 크고 무거워서 여자 셋이서는 옮기지도 못했을 텐데 때마침 도와줄 다른 친구들이 있었던 것도. 요몇달 이사 관련한 일만 이러니 1년을 다 돌아보면 어마어마하다. 경험하고 또 경험해도 늘 놀랍고 새로.. 2021. 1. 10.
광야에서의 약속 2017년 11월 15일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난 3개월 동안 보고 듣고 느끼게 하신 여러 일들을 통해 이 세 가지 약속을 마음에 담아주셨다. 지금은 신실과 거리가 멀고 혈기왕성 제멋대로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을 통해 신실한 예수님의 신부로 빚어져갈 수 있길. 2021년 1월 10일 목숨처럼 지켜내겠다고, 주 하나님 한 분만 사랑하겠다고 했던 이 날의 다짐이 무색하게 참 많이도 염려하고 생색내고 거절해야 할 것들 거절하지 못했다. 그러나 새로 고백하게 하신 마음. 넘어진 자리에 주저앉아도 일으키실 주를 기다리는 바로 그것이 믿음이라 하셨으니, 다시 그 믿음을 드린다. 긍휼 가득하신 하나님, 이미 일으켜주셨고 이미 새로운 기회들 차고 넘치게 주셨다. 나 주가 말한다. 네가 젊은 시절에 얼마나 나에게 성.. 2021. 1. 10.
유학생활 기본셋팅 짐 풀기 2017년 8월 둘째 날 아침 7시 30분부터 시작한 International Orientation은 여느 오리엔테이션들이 그렇듯 그냥 그랬다. 학교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 제반 사안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 등등. 그래도 비자 후 관련된 후속 처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니 '괜히 참여했네' 까지는 아니었던 걸로. OT가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되어 한국에서부터 미리 계약해 둔 아파트로 들어가기 충분했다. 원래는 시차 등등의 피곤함을 감안하여 하루 더 기숙사에서 머물려고 했었는데, 월세 내고 사는 내 집에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또다시 캐리어 3개를 끌고 학교 셔틀버스 Tiger Trail을 타기 위해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길은 고역이었다. 짧은 거리였지만 인도 길이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해.. 2021. 1. 10.
첫 눈에 반한 도시 바통루-즈 2017년 8월 9일 애틀랜타에 밤새 내리던 비는 아침에 조금 잦아들었다. 아쉽게도 공항까지 가는 길에 스타벅스 들러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할 여유밖에 없었고, 공항에서는 정신없이 델타 라인 찾아 짐 수속하자마자 바로 보안검색 들어가야 했다. 이렇게나 신세 지고 아무 보답 못한 채 가야 하다니. 꼭꼭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보답해야겠다 생각하며 명균오빠와 작별인사를 나눴다. 국내선 비행기는 정말정말 작았다. 보딩 시간 거의 빠듯하게 들어갔는데 다행히 내가 제일 마지막 탑승객은 아니었다. 가는 동안 조금이라도 눈을 붙일까 했는데 건너편 옆자리에 앉은 한 외국인이 말을 걸어왔다. 나이지리아 출신 Dozie. 친형 결혼식 차 영국에 들렀다 학기 시작 때문에 다시 돌아왔다고, 다리가 추워 보이는데 양말 빌려줘도 괜.. 2021. 1. 10.
애틀랜타 경유기 2017년 8월 9일 14시간 비행에 12시간 경유. 최종목적지인 배턴루지에 해 떠있을 때 도착하려면, 경유가 길어야했다. 아무 생각 없이 공항에서 노숙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있던 찰나, 얼마 전 미국으로 먼저 떠난 지윤언니에게서 출국준비는 잘 하고 있냐고 연락이 왔다. '며칠 후면 떠나요, 애틀랜타 공항에서 노숙할거에요' 했더니 언니랑 천영오빠는 공항근처 호텔에서 1박 했는데 심지어 그것도 위험한 거였다고 말린다. 애틀랜타에 1년 째 산 명균오빠에게 안전한 호텔 물어라도 보라고. 그래서 사정을 알렸더니... 이렇게 하자. 8일 저녁7시 마중을 나갈게. 숙소도 내가 알아서 잡을게. 그리고 아침 5시쯤 공항에 데려다 줄게. 걱정 말고 와. 걱정 말고 와. 그 한 마디가 얼마나 마음을 녹이던지. 결국 오빠 집.. 2021.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