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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Years in Baton Rouge

첫 눈에 반한 도시 바통루-즈

by 가나씨 2021. 1. 10.
2017년 8월 9일

 

애틀랜타에 밤새 내리던 비는 아침에 조금 잦아들었다. 아쉽게도 공항까지 가는 길에 스타벅스 들러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할 여유밖에 없었고, 공항에서는 정신없이 델타 라인 찾아 짐 수속하자마자 바로 보안검색 들어가야 했다. 이렇게나 신세 지고 아무 보답 못한 채 가야 하다니. 꼭꼭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보답해야겠다 생각하며 명균오빠와 작별인사를 나눴다.

 

국내선 비행기는 정말정말 작았다. 보딩 시간 거의 빠듯하게 들어갔는데 다행히 내가 제일 마지막 탑승객은 아니었다. 가는 동안 조금이라도 눈을 붙일까 했는데 건너편 옆자리에 앉은 한 외국인이 말을 걸어왔다. 나이지리아 출신 Dozie. 친형 결혼식 차 영국에 들렀다 학기 시작 때문에 다시 돌아왔다고, 다리가 추워 보이는데 양말 빌려줘도 괜찮겠냐는 따뜻한 제안이었다. 안 그래도 냉방이 너무 잘돼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던 참이었다. 유학생활에서의 첫 인연이라는 생각에 재밌게 이야기를 나눴다. 얘기하다 보니, 한국어 공식 명칭은 '배턴루지'이지만 발음은 '배이턴루즈' 혹은 '바통루즈'에 가까웠다. 바통루-즈. 어감 참 좋다.

 

 짧은 비행 후 BTR에 도착했다. Dozie는 친절하게 짐 찾는 것까지 함께 해주고, 공항 앞에 픽업 나와있는 학교 ICC 차량까지 짐을 옮겨다 줬다. 중간에 공항 직원이 페이스북 포스팅용으로 사진을 찍어도 좋겠냐고 해서 흔쾌히 수락했다. 애틀랜타에서도, 여기서도, 어쩌다 보니 공항인증샷을 남기게 되었다.

 

 

ATL 에서 국내선 탑승 전 명균오빠가 찍어준 사진
BTR 에서 공항 직원이 찍어준 사진

 

 

바통루즈는 정말로 아름다웠다. 드넓게 펼쳐진 하늘에는 뭉게구름 가득, 햇살 가득. 지나는 길마다 백일홍 같은 꽃나무도 어쩜 이리 많은지. 늘 붐비고 시끌벅적, 사람들로 가득했던 좁은 신촌을 떠나 탁 트인 이곳의 정경을 마주하니 가슴이 탁 트였다. 그래, 이런 곳에서 살고 싶어서 여기로 왔지. 결정해놓고도 잘한 일인가 확신할 수 없었던 일에,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다.

 

 ICC 로비에서 다른 외국인 학생들과 가벼운 식사를 하고, 제일 먼저 나선 곳은 Chase Bank.  계좌를 빨리 열어 들고 있는 현금을 넣어두고 싶기도 했고 영어에 빨리 적응해야 하기도 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체이스 지점이 하나 있었고 직원은 너무너무 친절했다. 큰 무리 없이 30분 안에 신규 계좌 개설! 시설도 시스템도 왜이렇게 아날로그 감성이야, 너무 내 스타일이잖아. 

 

 

 

LSU 북문에 위치한 Chase Bank

 

 

그 이후에는 ICC 덕분에 가볍게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있었고 동네를 좀 돌아보게 되었다. 구글맵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훨씬 예뻐. 초록이 무성한 여름이로소이다. 작은 밴을 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세계 곳곳에서 온 학생들과 캐쥬얼한 대화들을 나눌 수 있었지만, 확실히 학부생, 학부 교환학생들의 들뜬 마음은 다 받아줄 수 없을 정도로 피곤했다. 늦은 오후 다시 캠퍼스에 도착하여 temporary housing으로 머물게 된 기숙사에 체크인을 하고, 저녁 먹으러 나가자는 제안은 가볍게 거절. 장보며 집어 든 신라면으로 이른 저녁을 해결한 후 씻고 일찍 잠들었다. 이미 마음에 꼭 들어버린 이 도시에서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일상을 누리려면, 시차극복이 우선이었다. 냉방이 너무 잘 돼 추워서 몇 번 깬 것 말고는,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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