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둘째 날 아침 7시 30분부터 시작한 International Orientation은 여느 오리엔테이션들이 그렇듯 그냥 그랬다. 학교에 대한 일반적인 소개, 제반 사안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 등등. 그래도 비자 후 관련된 후속 처리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니 '괜히 참여했네' 까지는 아니었던 걸로.
OT가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되어 한국에서부터 미리 계약해 둔 아파트로 들어가기 충분했다. 원래는 시차 등등의 피곤함을 감안하여 하루 더 기숙사에서 머물려고 했었는데, 월세 내고 사는 내 집에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또다시 캐리어 3개를 끌고 학교 셔틀버스 Tiger Trail을 타기 위해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길은 고역이었다. 짧은 거리였지만 인도 길이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해서 도저히 세 개를 동시에 끌 수 없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찰나에 어떤 아저씨 두 명이 도와줘도 되겠냐며 다가왔다. 정신이 없어서 경계하거나 통성명할 새도 없이 일단 캐리어부터 옮겨주셨는데 그러고 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말 좋은 분들이었다. Mr. Price 는 아빠보다 한 살 많은 연배, Mr. Kadair 은 삼촌 연배. 낯선 남자 둘이 도움을 준다 하면 실례일까 봐 망설였는데 짐 때문에 너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안 도와줄 수가 없었다고 하셨다. Northgate 에 위치한 Highland Coffee 도 추천해주시고, 내 전공과 한국에 대한 얘기도 하고. 알고 보니 두 분 다 Methodist라고! 어쩐지! 라며 웃는 프라이스 아저씨가 괜히 정겨웠다. 결국 두 분은 친절하게 Tiger Trail 노선과 시간까지 알아봐 주시고 짐을 싣는 것까지 도와주셨다.
심지어 Tiger Trail 운전기사 아저씨도 친절했다. 이 동네 인종차별 심하다며, 왜 이렇게 다들 나이스한가요? 원래 정류장이 아니라 아파트 정문에 더 가까운 쪽에 차 세워주시고 짐 내리는 것도 도와주시고. 일주일 지난 지금의 이야기지만 이 아저씨랑 너무 친해져서 버스 마주칠 때마다 반갑기 그지없다.
앞으로 1년 간 살게 될 곳은 학교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져있는 곳에 위치한 The Woodlands of Baton Rouge! 가장 최근에 생긴 아파트 단지 중 하나로, 피트니스 시설이나 풀장, 공동 스터디 룸이 너무 잘 돼있는 비싼 곳이다. 4 bedroom 에 town 구조로 신청해서 방값이 제일 싼데, 그마저도 프로모션 기간 중에 신청한 거라 $200 deposit과 application fee, administration fee 등을 면제받았다. 그렇게 해도 신촌에서 살던 오피스텔 월세+관리비 정도로 사는 셈이었다.
간단한 절차 끝에 집 키를 얻었다. #14-28-C. 1년간 살게 될 집 내 방. 창문이 너무 맘에 들게 나있어서 좋아 왼쪽에는 침대 오른쪽에는 책상을 두고, 화장실 세팅도 서둘러 마쳤다. 기본적인 청소 도구들도 없어서 제대로 때 빼고 광 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얼추 사람 사는 집의 모습을 갖춘 걸 보니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
사실 수화물용 28인치 캐리어 두 개에 가장 많이 담아온 것은, 리빙제품들이었다. 특히 식기와 조리도구. 생활비를 아끼려면 음식을 많이 해먹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 후 전자레인지에 돌릴 수 있는 일제 반찬통, 스탠 도시락 등등 이것저것 챙길 게 얼마나 많던지. 1층 부엌으로 내려와서 가져온 식기도구들을 깨끗이 씻고 나니 비로소 오늘 할 일을 마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4인이 함께 쓰는 2층짜리 집에 총 2명이 사는 걸로 배정됐다는데, 나 말고 다른 한 명이 일주일 지난 지금까지 안 들어왔다. 이러다 이 넓은 집에 혼자 사는 것 아닌가 몰라. 내심 바라면서도 또 중간에 너무 외로워지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늦게라도 들어오면 같이 세팅하려고 거실의 쇼파와 커피테이블 등은 아직 방치해 둔 상태인데, 언제쯤 세팅을 마무리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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