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세이3 사랑하는 여자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 <딸에게 주는 레시피> 얼마 전, 결혼을 몇 달 앞둔 여동생과 엄마 사이에 큰 다툼이 있었다. 보통 둘 사이가 냉전기에 접어들면 동생은 안 하던 연락을 해오고 엄마는 하던 연락도 안 하는 편인데, 이번엔 엄마 쪽에서 연락이 먼저 왔다. 사건의 발단을 들어보니 역시나 별 거 아닌 사소한 일. 그러나 엄마도 동생도 서로에 대한 상심이 여느 때보다 컸다. 덩달아 나도 많이 섭섭하고 힘들었다. 엄마와 통화하면서는 동생 편을 들고 동생과 카톡 하면서는 엄마 편을 드는 게 내 자연스러운 스탠스인지라 에너지가 참 많이도 소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명확했던, 둘 다에게 공통적으로 전해야 했던 한 가지가 있었다. 무엇이 서로를 섭섭하게 했든 그 근원은 '이별을 앞둔 두 사람 사이에 부유하는 아쉬움' 이라고. 30년 인생 동안 엄마 .. 2021. 1. 17. 삶을 생각하게 만드는 '나'의 죽음 이야기 <죽음의 에티켓> 살아있다는 관성에 젖어 죽음을 잊고 지낼 때가 많지만 우리는 늘 죽음과 함께 살아간다. 가까운 주변 사람부터 사실상 나 개인과는 무관한 사람까지, 수많은 다른 존재들의 죽음이 곁을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다. 지난 몇 달간 내 귀에 들려온 죽음의 이야기들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여행용 캐리어 안에서 생을 마감한 어린아이의 이야기, 경찰의 무력진압으로 인해 숨이 끊긴 흑인의 이야기, 팀 내 괴롭힘으로 인해 몇 번이고 자살 시도를 했다는 어느 연예인의 이야기.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도 멀지 않았다. 유학생활을 시작한 이후 외할아버지와 친할머니를 이곳 미국에서 보내 드려야 했던 순간들은 타인의 죽음이 내 삶에 가장 큰 그늘을 드리운 나날들이었다. 그러나 시선을 돌려 타인의 죽음이 아니라 딱 한 번 뿐.. 2020. 7. 15. 부러움으로 시작해서 만족으로 끝나는 에세이 <제가 어떻게 살았냐면요> 작년 여름 한국에 들어가 오랜만에 만난 대학 후배 정미는 프리랜서 작가가 되어있었다. 퇴사 후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며 느낀 것들을 글로 엮어 책을 냈다고 했다. 하루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간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누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모인 대학 선후배 사이에는 아무래도 글로 풀어내는 이야기보다 훨씬 더 캐주얼하고 가벼운 대화가 오갈 수밖에 없다. 다시 미국에 들어오며 책을 사 들고 오지 못해 못내 아쉬웠는데 얼마 전 전자책으로도 출간되었다 해서 반가운 마음으로 구매해 읽었다. 쉽게 읽히는 글이었지만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 작년 여름, 종로에서의 그 짧은 만남 동안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눠볼 걸, 더 진지하게 마음을 터놓을 걸, 이런 아쉬움.. 2020. 5.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