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31일
2018년 마지막 꿈. 꿈 속 상황은 꿈답게 초현실적이었지만,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그 장례식장에 찾아가서 엉엉 우는 꿈을 꿨다.
그러고 싶었다. 언젠가는 돌아가실 줄을 알았지만 그 순간도 함께이고 싶었다. 너무너무 사랑하는 우리 외할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에 있어드리지 못한 게 올 한 해 가장 아쉽고 속상한, 사실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 못 할 만큼 참담한 일이었다. 다가오는 학기가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 텅 빈 할아버지 방에서, 할어버지 산소에서 엉엉 울고나면 조금은 해소될 감정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감사한 것은 "나에게 '시간'이 없다"는 진리 하나 가슴판에 아프게 새겨졌다는 사실. 내가 쓸 수 있는 자원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사실은 내 컨트롤 밖에 있는, 하나님께서 손에 쥐고 계시는 우리네 '호흡'임을 알게 되었다. 믿게 되었다.
너희는 인생을 의지하지 말라 그의 호흡은 코에 있나니 수에 칠 가치가 어디 있느뇨 사2:22
요근래 몇차례 낚시를 다니면서도, 아름다운 그랜아일 하늘 아래서 외할아버지를 생각했다. 살아계셨다면 한 번쯤 마음먹고 모셨을만 하다 싶어서. 엄마와 통화하며 "낚시가서 외할아버지 생각나더라~" 하니 그냥 웃고만 마신다. 나도 그냥 웃었다. 가족들 모두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지만 각자 몫의 슬픔을 마음에 매달아놓고 있음을 안다. 이따금식 둥둥 떠오르는 묵직한 슬픔에, '그동안 나는 정말 어렸구나', '이런 슬픔이 하나 둘씩 마음에 매달아질 수 밖에 없는 게 사람 사는 인생이구나', 싶다. 이또한 하나님 허락하신 것이니 감사히 받아야지. 주신 것들이 넘쳐 이십후반까지 살아온 삶이 꽉 차다.
그래서 허락하신 새해도 감사하다. 또 어떤 슬픔과 아픔과 어려움들이 삶에 매달아질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하나님 좋으신 분임은 변함 없다. 부디 하루하루 매 순간순간, '지금'이 나에게 허락하시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긴장을 놓지 않고 겸손히 살아가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덧없는 것들이 아니라 붙들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좇으며.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주 안에서 가족 된 모든 사람들, 모두 동일하게 매 순간을 귀하게 살아가는 2019년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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