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차임스 혼밥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버거집이나 치폴레, 루이스카페 등지에선 혼밥의 경험이 있지만 레스토랑에서는 해본 적 없었다. 바 쪽 테이블을 안내받고 나서 보니 안쪽은 식사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상대적으로 한적한 공간에서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주문하고 아무 생각 없이 나오길 기다렸다. 분주한 반나절을 보내고 나서의 늦은 점심이었다. 학교를 떠나 곧장 집으로 가서 밥 챙겨 먹고 할 거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집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이런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가만 생각해보면 마음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일이 반이다. 그거 하나 넘어서면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는데, 매번 그 앞에서 주저하고 머뭇거리게 된다. 큰 일이 아니라 아주아주 작은 일, 이를테면 '이메일 보내서 물어볼까 말까' 정도의 사소한 일에서도 그래 왔다. 박사과정 5년 동안 얻은 지병과도 같다. 무언가를 시도하기 전에 '할 수 있을까' 혹은 '하는 게 맞을까' 하는 병을 앓는 것. 그 병이 깊어지면 '그거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병도 따라오곤 했다. 그 시간에 조금 더 공격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길을 탐험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이런 성격에 이런 마음, 이런 캐릭터와 이 정도의 용기를 타고난 나로서는 지금 걸어온 길이 매 순간의 최선이었다. 그렇게 살아온 5년이 어떤 결과를 맺기 역부족이라면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일 테다. 아쉽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괴롭지는 않은 걸 보면, 크게 무리하지 않고 타고난 모습대로 살아왔다는 반증 아닐까 싶다.
지난 5년이 어떠했건 적어도 요 며칠은 마음의 장애물이 하나둘 걷히고 있다. 오래 좋아한 가수의 활동소식이라는 공교로운 타이밍과 맞물려 기분도 나쁘지 않은 나날이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활력 가득한데도 어째서인지 혼자인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시간 끝에는 언제나 하나님이 계신다. 삶을 인도해가시는 그분 손길 앞에 나는 무력하고도 무력한 한 인간일 뿐임을 반추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지난 삼십여 년간 일어나야 할 때 일으키시고 멈추어야 할 때 멈춰 세우신 그분이 나는 오늘도 두렵고 어렵다.
레몬 한쪽 살짝 베어물고 식사를 마무리했다. 신맛이 입안에 오래 남는다. 내가 그분 앞에 참 작은 존재라는 사실도 마음에 오래 남는다. 신 맛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개운한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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