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12일 화요일 오후 2시 40분
Notion에 기록한 일기
꿈인지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잠결에 그 장면을 다시 보게 되었다. 스파이더맨 가장 최근작 No Way Home 의 마지막 장면.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다하기 위해, 모두에게서 잊혀지기를 선택하는 장면. 비쥬얼리 선명하지도 않았고 그 장면에서 느낀 슬픈 감정이 물밀듯 몰려온 것도 아니지만, 딱 한 가지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저렇게 모든 사람에게서 잊혀진다 한들, 하나님께로부터는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모두가 날 잊어도 하나님은 날 잊지 않으신다는, 그 안전함. 그러자 또다시 주님 앞에 범죄한 내 모습이 선명해 엎드려 울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의 통곡이었다.
그렇게 나를 사랑하는 존재는 하나님 단 한 분이시며, 나 역시 세상으로부터 잊혀진 바 되어도 하나님 한 분 붙들고 살아갈 게 분명한데, 그렇게 하나님을 사랑하는데, 어째서 죄는 나를 떠나지 않나. 엉엉 울면서 하나님께 솔직히 올려드렸다, 내 힘으로는 여러가지 죄로부터 자유로워질 자신이 없다고. 그러자 구할 것은 더 큰 ‘사랑’의 은사임이 느껴졌다. 하나님을 온전히 사랑해야지만 이길 수 있는 싸움이다. 하나님만 온전히 사랑해야지 끊어낼 수 있는 사슬이다. 때마침 내일 필사하게 될 본문이 고전 13장이라는 것에서도 하나님의 섬세한 이끄심이 느껴졌다.
말씀을 통해 이끄신 침례 (행2:38) 를 돌아오는 주일, 부활 주일에 받게 된다. 성경에 기록하신 바 대로, 깨끗게 하시고, 거룩의 길로 이끄실 줄을 믿는다. 이번에 받는 씻김 이후에는 또다시 더러워지지 않도록 애쓰고, 애쓰고, 또 애써야지. 그로 인해 이 세상에 나 혼자 남게 된다 하더라도, 하나님은 그런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하실 줄로 확신한다. 나 역시 모두에게 기억받지 못하는 삶을 살게되더라도, 하나님 한 분 바라보며 살아갈 각오가 되어있다.
2022년 4월 16일 토요일 오전 10시 59분
웅가네여 단톡방에 남긴 카톡
웅네여! 나는 내일 부활주일에 이곳 배턴루지한인침례교회에서 침례를 받기로 했어.
지난 사순절기간, 그리고 이번주 고난주간을 지나오며 하나님께서 깊이 묵상하게 하신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드릴 것은 감사와 회개밖에 없다'는 거였어. 너무 기초적이고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진리지. 그런데 생각해보면, 각자 하나님 앞에 죄를 범하는 모습과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회개의 모습과 과정도 다 고유한 것 같아.
나의 경우,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내 인생의 고유한 상황 속에서, 지난 3년간 회개함으로 하나님과 씨름하는 시간을 보내왔던 것 같아. 잘못을 알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주일예배 나가서 '회개합니다' 기도 한 두 번 한다고 딱 끝나는 게 아니잖아. 마음을 찢고 진실로 돌이키는 중심이 있어야 하는데, 거기까지 이르기도 힘든 게 우리 죄인들의 모습인 것 같아.
특별히 이번 고난주간 가운데, 여러번 통곡하며 하나님께 마음 올려드리는 계기들이 있었는데, 바로 어제, 확실한 깨달음과 확증을 주셨어. 주님 앞에 온전히 회개하기까지 참 오래 걸리고 힘들었지만, 그 끝에 결국 '용서'를 주신다는 것을. 용서하시고 다시 깨끗하게 하신다는 것을. 성경에서 참 이해되지 않는 본문이, 야곱과 하나님의 씨름 장면이었는데, 누구나 다 각자의 삶에서 하나님과의 고유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 관계 속에서 붙들고 씨름하여 해결받아야 하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내 삶을 통해 깨닫게 된 것 같아.
이번 침례는, 사도행전 2장 38절 말씀을 붙들고 신청하게 되었어. 정말 감사하게도 침례식 이전까지 '회개'로 나아가 '용서하심'을 얻게 되었으니, 내일 있을 침례식도 너무 기대가 되네. 그리고 그 이후에, 말씀에 약속하신 대로, 성령을 선물로 주실 것 또한 기대돼. 이 말씀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같이 기도해죠, 웅네여!!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 각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용서를 받으십시오. 그리하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 행2:38
'Christian > 유신론자의 자아성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욕심이 하나님 뜻을 망치지 않도록 (0) | 2022.07.07 |
---|---|
열린 길도 생명의 길, 닫힌 길도 생명의 길 (0) | 2022.04.13 |
광야를 지나며 (0) | 2022.02.24 |
다작하는 삶 (0) | 2022.02.12 |
좁은 길, 그 외로운 길 (0) | 2021.11.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