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하고 있는 작업 중 하나가 개념의 measurement 를 정립하는 일이다. 가령 '사랑'을 측정한다고 해보자.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을 때 '너 나 사랑해?' 라고 물어보는 직접적인 방법이 있겠지만 순간적인 대답은 누군들 번지르르하게 못하랴.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말들을 주로 쓰는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대하는지가 '사랑'을 측정하는 게이지가 될 수 있다. 이런 걸 사회과학에서는 behavioral measurement 라고 한다. 여러 가지 항목들이 하나의 개념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잘 정립된 경우, 서로 높은 상관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측정항목 간의 상관성이 높게 나와야 하나의 개념을 잘 측정했다고 할 수 있는 거다.
작년 1-2월, 무엇이 그렇게 괴로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믿음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놓고 오래도록 헤맸다. 어떻게 사는 게 믿음으로 사는 삶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어느 순간에는 믿음으로 사는 것만큼 숨 쉬듯 자연스러운 것도 없다고 자신했었는데, 믿음이 뭔지도 모르겠다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이 말씀에 대하서는 '바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겠었다. 바라는 게 뭐지? 뭘 바라야 되지? 내 맘 대로 바라는 것은 믿음이 아닐텐데. 로 시작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답답함이 몇 주 계속되었다.
그러다 문득, 별 다른 계기 없이 알게 하셨다. 믿음의 여러가지 모습을. 지금 생각해보니 '믿음'의 behavioral measure 를 주신 거나 마찬가지다. 좀 더 쉬운 표현으로는 체크리스트 정도가 되려나?
믿음은 (feat. 류화평) 악보 F키
믿음은 (feat. 류화평) 악보 G키
3절까지 꽉꽉 눌러담은, 사실은 그보다 더 많을 믿음의 여러 모습들. 이 리스트에 자신을 비추어보면 믿음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을 테고, 또 이 리스트대로 살아가면 그게 곧 믿음으로 살아가는 모습이지 않을까? 무엇보다 믿음이 무엇인지 또다시 마음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하여 쉬운 길잡이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 (엄마는 이 찬양 가사가 어렵게 느껴진다 하셨으니) 삶의 여러 가지 우여곡절과 업앤다운 가운데 가사 한 절 한 절이 이해하기 쉬운 믿음의 표본으로 가닿길 기도해야겠다.
몇 주 전 발매된 이곡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오늘 아침 묵상 덕분이었다. 마태복음 8장 1-13절 말씀, 나병환자와 백부장의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낫게 하실 예수님의 능력을 의지하는 것"도 믿음의 한 측정항목이었다. "한 마디 말씀으로도 불가능을 가능케 하실 수 있음"을 인정하고 신뢰하는 것. 그 모습을 보고 예수님은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라며 칭찬하셨다. 그러고 보면 어느 항목에 더 무게를 둬야 하는지, 어느 항목이 더 중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겨자씨만 한 믿음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는 예수님을 생각한다. 겨우겨우 바들바들 떨면서도 믿음으로 살아가려 발버둥 치는 모든 이들에게 상 주실 하나님임을, 나는 믿는다.
Q. 다음은 당신의 인생에 관련된 항목들입니다. 각각의 항목에 대하여 얼마만큼 자신의 모습과 일치하는지, 혹은 일치하지 않는지, 나타내시오.
A. (1) 전혀 일치하지 않음 - (2) 거의 일치하지 않음 - (3) 보통 - (4) 거의 일치함 - (5) 완전히 일치함
- 어떤 일에 실패해 주저 앉았을 때 회복시키고 새로운 기회 주실 하나님을 기다린다.
-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을 때 성령님 동행하심을 기억하며 용기를 낸다.
- 막막한 상황일 때 하나님 도우시는 손길을 적극적으로 구한다
-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생겼을 때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의 큰 그림을 생각한다.
- 반복되는 죄성에 낙담 (실망) 하여도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이 이미 해결하신 문제임을 담대히 인정하고 스스로를 (타인을) 정죄하지 않는다.
- 한 번 살고 말 것처럼 여기는 세상의 타락에 스스로를 내어 맡기지 않고 심판과 영생을 의식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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