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올 한 해 동안 얼마나 큰 사명들을 감당케 하셨는지 돌아보게 하신다. 그중 제일 큰 복은, 늘 연약한 모습으로 기대어오던 한 자매가 든든히 서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함께하게 하신 일.
예전부터 통화할 때마다 "가나야 이럴 때만 전화해서 미안해"가 첫인사, "가나야 하나님 진짜 살아계셔?"가 두 번째 인사였던 그녀는 지난 10년 동안 많이도 바뀌었다. 본인이 인정하기로도 사치스럽고 방탕했던 삶의 모습이 정갈하게 다듬어졌고, 방황과 외면을 거듭하였음에도 하나님 손에 붙들려 살았다. 그러나 끝까지 누릴 수 없었던 것은 마음의 평안. 신앙의 문제라기 보다는 기질과 성향의 문제 같기도 해서 나 역시 큰 소망을 갖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중요한 결과를 앞둔 가장 요동치는 상황에서 '평안'을 선물로 주셨다. 그 일의 결과는 하나님의 역사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하나님 참 얄궂으신 게, 선물만 주신 게 아니었다. 때마다 시마다 적절히 내려주신 말씀으로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믿음의 고백들을 취해가셨다. 어제 새벽 보내온 그녀의 카톡에 놀라 이 귀한 주일을 멍하게 시작해 감사로 채워가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 process tracing 처럼 훑어가게 하심이 큰 복이다. 그 복으로 인해 나는, 연약한 한 개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구원의 대서사를 읽어나가는 독자가 되었다. 때로는 수동적인 독자가 아니라 엄중한 사명을 맡은 조연이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던 날들로 가득한 시기 동안 집 밖으로 한 발자국 나가지 않고서도 이런 일에 동참할 수 있었다니.
선교나 복음전파는 늘 액티비티가 수반될 수밖에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서는 아닐 수도 있는 일인가 보다. 내가 어디를 뽈뽈대며 나다니는 것과는 거리가 먼 개념인지도 모르겠다. 때마침 3년 전 오늘 묵상하게 하신 말씀이 사무친다.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겸손히 의지하는 것. 큰 일에 욕심 내지 않고 주어진 일들에 충성하는 것. 그렇게 살면 여기 앉은 이 자리에서도 복음을 흘려보내게 하시는 게 그분의 능력임을, 인정하고 신뢰한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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