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했고, 법적으로 유부녀가 되었다. 미국에서.
'미국 생활을 곧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겠구나' 생각하고 있던 작년 초,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스토리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비행기 직항으로도 5시간 30분이 걸리는 동부-서부 롱디연애를 시작했다. 만난 지 200일이 되어 가던 가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결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12월 24일 첫 크리스마스 이브에 프러포즈를 받았다.
여러 가지 사정이 맞물려 혼인신고(코트 세리머니)를 2026년 상반기에 먼저 하고, 결혼식(웨딩 세리머니를)은 하반기 가을에 하기로 결정한 덕분에 준비과정의 부담이 분산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신경 쓸 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지난 2월 둘이 같이 한국에 나가 우리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것을 끝으로 유부녀가 될 준비를 마쳤다.
아직 원래 살던 대로 떨어져 있어 본격적인 신혼 살림을 시작하기까지는 세 달가량 남아 있지만, 인생의 모드 자체가 바뀌었음을 느낀다. 조인트 뱅크 어카운트를 만든다든가 같이 살 아파트를 알아보는 등의 제도적 변화도 한 몫하지만, 단순히 데이트를 즐기는 것을 넘어 삶의 여러 가지를 함께 (정)해나가며 손끝발끝부터 조금씩 한 몸을 이루어가는 경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인신고를 마친 그날 당장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아, 나는 이 사람을 통해 거룩의 길을 걸어가겠구나.' 결혼의 목적과 결론이 '거룩'이라는, 익히 들어왔으나 마음에 와닿지는 않던 그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서른 중반까지 인생의 모든 걸음을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섭리하심 가운데 살아왔지만, 나에게 익숙한 방식은 한 명의 개체로서 독립된 삶을 꾸리고 제 몫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남녀 간의 애정을 기반으로 누군가를 만나 그 사랑을 뛰어넘는 헌신과 애정으로 가정을 이루어 가는 일은 해 본 적 없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감사하고도 신비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놀랍게' 역사하셨다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우리의 만남과 이 모든 결혼의 과정을 조금이라도 생생할 때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글을 써 보려 한다. 할 말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앞으로 전개할 글들의 가닥이 얼추 잡힌다. 롱디, 결혼 준비, 영주권 신청 등 관련 절차와 관련된 실용적인 내용도 담겠지만, 그 모든 과정을 지나며 느끼고 깨달은 신비를 한 가닥 한 가닥 잘 풀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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